[CEO in G밸리] 박재일 제일메디칼 대표의 신나는 '문화 마케팅'

박재일 제일메디칼코퍼레이션 대표의 신나는 `문화 마케팅`

G밸리 의료기기 전문업체 제일메디칼코퍼레이션 박재일 대표의 명함에는 `문화마케팅 창조경영`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의료기기 전문업체에 문화마케팅이라니 별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박 대표는 5년 전부터 한국 고미술품과 공예품을 회사 경영에 접목하고 있다.

제일메디칼코퍼레이션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몇 가지 낯선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사무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포대화상` 조각상이 손님을 반긴다. 사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올챙이 배에 포대자루를 멘, 유쾌한 웃음의 선승이 바로 포대화상이다. 중국 후량 때 스님으로 미륵보살의 현신이라는 말이 전해진다.

방문객은 직원들의 흰색 유니폼에 두 번째 놀란다. 마치 바이오 업체 실험실이나 화장품 매장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박 대표는 “의료용 제품은 청결과 정밀함을 생명으로 한다”며 “흰색 유니폼을 입으면 고객들이 제품의 질에 보다 신뢰를 보내게 된다”고 설명한다. 흰색 유니폼에는 `Why?`와 `태도`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우리가 접하는 모든 일상에 한번쯤 의문을 가져보자는 박 대표 철학이 담겨 있다. 그래야 비로소 창조적인 일에 눈을 뜰 수 있다는 의미다.

“우와! 이건 사무실이 아니라 박물관이네요.” 사무실을 좀 더 둘러보면 이런 반응이 절로 나온다. 마치 작은 박물관이나 고미술품 전시장을 옮겨 놓은 듯하다. 사무실과 연구실 곳곳에 우리 고미술품과 공예품이 배치돼 있다. 고대 우리 고분에서 발견됐다는 달마대사 그림을 비롯해 김홍도의 살아 숨 쉬는 듯한 한국 호랑이, 대원군이 그렸다는 품격 높은 난초, 김정희의 세한도, 맑고 청명한 빛깔의 조선 청화백자, 신비한 신라인의 미소를 담은 와당, 조선왕조 역대 왕의 인장 등과 조우할 수 있다. 오래된 떡살, 전통 보자기 등 소품도 보인다. 중간 중간에 놓인 구스타프 클림트나 아프리카 조각품 등도 눈을 즐겁게 한다.

박 대표는 지난해 말 소장하고 있던 광개토대왕비 대형 탁본과 3·1 독립선언문 영인본을 입주 빌딩에 기증했다. 현재 코오롱싸이언스 2차 빌딩 로비에 전시돼 있다.

박재일 대표가 우리 전통 문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조상의 혼백이 깃든 전통 미술품과 공예품이 세계적이란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해외 바이어들이 오면 우리 고미술품과 골동품을 소개하고, 마지막에는 복제품이나 영인본을 선물하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요. 계약에도 도움이 되지요.” 박 대표가 문화마케팅을 사업에 접목한 혜안이 느껴진다.

박 대표는 문화마케팅이 직원들의 정서 함양에도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회사가 작은 박물관이자 미술관이다 보니 직원들이 스트레스도 덜 받고, 창조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 박 대표는 1억원가량의 거금을 들여 방음 시설과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춘 노래방과 도서관도 만들었다. 처음 회사에 노래방을 만들겠다고 하니 직원들이 한결같이 반대했는데 막상 만들고 나니 “이렇게 잘 만들어 주실 지는 몰랐다”며 반색하더라는 것. 해외 바이어가 오면 마이크를 쥐어주고 노래도 부르게 한다.

문화 마케팅 덕분인지 회사는 날개라도 단 듯 비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뇌수술, 얼굴 기형 또는 치과 교정 등에 필요한 골접합용 스크류나 교정 나사, 수술용 1회용 드라이버 등을 전문적으로 개발 및 생산한다. 세계 60여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는 `히든 챔피언`이다.

지난해 해외 수출과 의료 정밀기술에 관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치과용 임플란트 기기인 `듀얼 톱 앵커시스템(Dual-Top Anchor System)`은 `미니 임플란트`라는 새로운 치과 영역을 개척하기도 했다. 지경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 인증을 받은 제품이 두 개나 된다.

제일메디칼은 지난해 매출 125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150억원 달성이 무난할 전망이다. 일본, 베트남, 미국, 이란 등 세계 곳곳에서 주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뇌수술이나 얼굴 기형 교정 등에 필요한 의료 제품에서 벗어나 손, 발 등 기형, 골절 수술에 들어가는 의료 제품 개발에 한창이다.

박 대표는 요즘 대표 사무실을 한옥으로 바꾸는 리모델링 작업을 하고 있다. 문창살, 서까래 등 한옥 건축 분야 인간문화재에게 의뢰해 짓고 있다고 한다. 다음 달 중순께 완공 예정이다. 박 대표는 한옥 사무실이 완공되면 국내외 바이어에게 우리 전통 문화와 기술을 더욱 쉽게 소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들떠 있다.

박 대표의 우리 문화 사랑이 웬지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